'테크크런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11.14 해외 서비스 베끼려면 제대로 베껴라!
  2. 2012.09.18 실리콘밸리로부터의 "쓴소리"


(위 사진은 미국의 유명 기업들의 중국판 copy 서비스들을 정리해놓은 것입니다. 원문보기)



확실히 수년 전에 비해 창업 열기가 높은 것이 느껴집니다. 저희에게 들어오는 사업계획서 수도 예전에 비해 많고, 스타트업 관련 모임들과 행사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벤처투자를 하는 VC 입장에서는 사실 참 좋은 일이죠. 일단 '모수'가 많은 것이 적은 것보다 훨씬 유리하니깐요.


그런데 수 많은 사업계획서들을 보고 미팅을 하면서 아쉬운 점이 생겨서 이 글을 작성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사실, 저희에게 들어오는 사업계획서의 60-70% 정도는 이미 실리콘밸리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한 서비스를 copy해서 한국에서 하겠다는 것이랍니다. 티켓몬스터/쿠팡이 미국의 그루폰 서비스를 베껴서 한국에서 성공을 하다 보니 많은 젊은이들은 이것이 '성공의 방정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논외이긴 한데, 최근에 유학생 중심으로 창업을 하는 팀들도 많이 늘었는데 그런 팀은 열이면 아홉이 copy 서비스입니다) 그래서 올해 초에는 한국판 Pinterest만 10개 이상 만나본 것 같고, 최근에는 한국판 Task Rabbit, Zipcar, Kickstarter, Fab, OpenTable 등이 종종 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글에서 copy 서비스들을 비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copy 전략은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여러 개의 성공사례들이 있기도 하고, copy를 핵심전략으로 삼아서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모델들을 찍어내는 Rocket Internet, Team Europe, 패스트트랙아시아 등의 벤처지주회사도 전세계적으로 다수 존재하는 것만 보더라도 의미 있는 전략이라는 판단입니다. 


그런데, 베끼려먼 제대로 베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copy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알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게 오는 많은 팀들이 와서 PT를 할 때 이런 식으로 발표합니다.


"실리콘밸리의 ABC 서비스를 아십니까? 작년에 가장 화제가 되었던 서비스 중 하나이고, 유저가 수천만명이 된다고 합니다. 기업가치는 1조원 가까이 갔다고 하고요. 그런데 한국에는 아직 이 서비스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빨리 하면, 잘 될 것이고, 1-2년 안에 ABC 회사가 저희를 인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논리가 틀렸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것만' 있으면 부족합니다. 해외 서비스의 기능(feature)들만 그대로 베낀다고 한국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 해외 서비스도 성공하기까지의 수 많은 시행착오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런 시행착오를 통해 축척된 내공과 노하우가 성공하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노하우가 한국에 그대로 적용될 지 여부도 분명히 고민해야 할 포인트입니다. 미국와 우리나라는 인프라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유저들의 습관도 다르니깐요. 


해서 저는 해외 copy 서비스들을 볼 때 항상 아래와 같은 질문들을 하곤 하는데, 대부분의 팀들이 답을 잘 못해서 많이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해외의 유명 서비스를 편의상 ABC라고 칭하겠습니다)


ABC는 그래서 성공을 했다고 볼 수 있나요? (Techcrunch에 몇 번 나왔다고 성공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최근에 그 좋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지 등은 당연히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ABC는 왜 성공을 했나요? 미국에서도 ABC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많았을텐데 왜 ABC가 잘 되는 것인가요? 뭐가 Key Success Factor였나요?


ABC 서비스는 한국에서도 니즈가 동일한가요?  (인프라, 문화, 습관, 경쟁환경 등 고려. 미국에서는 분명히 니즈가 있는 서비스인데, 한국에선 니즈가 없을 수도 있고 '네이버' 등 기존 서비스가 이미 그 니즈를 잘 충족시켜주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심지어 다른 '오프라인' 적인 대체제가 있을 수도 있고)


한국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ABC 서비스는 어떻게 execution을 해야 할까요? (서비스/BM은 copy지만 한국적 상황을 고려해보면 다른 use case가 나오거나, 다른 target user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왜 여러분들이 이 copy 서비스를 가장 잘 할 수 있나요? 다른 스타트업들, 심지어는 포털과 같은 대기업에서도 베낄 수 있을텐데? (국내에 소셜커머스 사이트가 수백개였던 것 기억하시죠?)


그리고, 베낄 서비스를 선정할 때에도 그냥 단순하게 Techcrunch에서 몇 번 본 것 정도로 선정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왜 이 서비스를 선정했냐'고 물었을 때 의외로 고민의 깊이가 많지 않은 것을 보면서 놀랐고, 또 다른 유명 서비스들을 모르는 것에도 놀란적이 여러번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예 tip을 좀 드릴께요. 뭔가를 베끼려면, 베낄만한 full list를 찾아야 할 것이고요, 그 출발점은 여러 곳이 있겠지만 최근에 Business Insider에서 발표한 전세계 비상장 스타트업 Top 100 도 괜찮고, Y Combinator에서 투자를 유치한 기업들을 나열한 YClist 도 좋은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엔젤투자자인 Ron Conway가 투자한 회사 총 리스트도 괜찮겠네요. 그리고 나서 그 회사들을 써보고, 또 Crunchbase를 통해 기업 정보도 확인하고, Compete.com을 통해 그 서비스의 트래픽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도 보셔야죠. 


실리콘밸리의 어떤 서비스를 베끼려면 최소한 저 같은 벤처캐피탈리스트보다는 그 서비스에 대해서 더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베끼려면 제대로 베껴봅시다!














신고
Posted by jimmyrim


실리콘밸리! 뭔가 듣기만 해도 가슴이 뛰는 그런 단어가 아닌가요? 많은 사람들이, 특히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막연한 환상을 갖고 대하는 많은 단어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벤처투자자가 된 이후에 매년 한번 이상은 실리콘밸리에 다녀왔던 것 같습니다. 유명한 기업들의 캠퍼스에 방문해서 인증샷을 찍기 위함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스타트업들과 VC들과 미팅을 하다 보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채찍질 하기 참 좋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환상과 실제는 꽤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실리콘밸리를 안 가보신 분들도 많이 있고, 또 가봤더라도 informal하게 다녀오다 보니 다 좋은 얘기만 듣기 마련이죠. 예를 들어, "Your service is fantastic!" 뭐 이런 종류의 코멘트들. 미쿡 사람들은 참 칭찬을 잘합니다. 예의상. 또, "한국이 아니라 실리콘밸리에 있었으면 내가 투자를 하거나 사업협력을 했을텐데..." 뭐 이런 코멘트들도 흔히 나올 수 있는 얘기라고 보여집니다. 그런데, 실제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이번에 테크크런치 컨퍼런스도 들리고 또 나름 주류(mainstream)에 속해 있는 top-tier VC들과 스타트업들과 십수차례 미팅을 하기 위해 미국출장을 8일간 다녀왔는데요, 실리콘밸리의 top-tier 분들께 들었던 내용을 조금 공유할까 합니다. 누가 구체적으로 어떤 코멘트를 했는지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두서 없이 코멘트들을 쭉 남겨볼께요. 어떻게 보면 실리콘밸리 insider들의 레알스토리이니, 보시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많은 생각을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아는 사람에게 투자한다. 어떻게 모르는 사람에게 투자를 할 수 있겠는가? 남의 돈을 운용하는 VC로서, 내가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하버드/스탠포드 출신의 내 동문들에게 투자하는 비중이 높다. (1) 하버드/스탠포드를 갔다는 것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되었다는 것이고, (2) 동문이기에 그 사람이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reference check할 수가 있지 않은가?

나는 뭘 하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투자하지 않는다. 뭘 이미 하고 있는 사람에게 투자한다. 우리가 초기 투자를 많이 하는 VC이고 사람을 중요하게 보고 투자하긴 하지만, 최소한 product이 나오거나, 초기의 data set이 나온 것을 보고 투자한다. 왜냐하면, 똑똑한 사람들 중에서도 뭔가를 '해내는 사람'과 '해낸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한국 시장은 unique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 엄청나게 좋은 인프라와 early adopter들이 많은 시장. 그래서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나면 체크해보긴 한다. 하지만, 한국 스타트업이 자국 시장에서 검증(prove)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실리콘밸리에 와서 경쟁을 하겠다는 것은 말리고 싶다. 여기서 한국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것은 매우 매우 매우 힘든 일이다. 카카오톡처럼 한국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공을 거뒀다면 여기에서 뭔가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회사가 어떻게 여기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겠는가? 실리콘밸리에서 동일한 모델로 늦게 시작한 스타트업이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실리콘밸리에서 '누구를 안다'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안다'는 것은 무슨 컨퍼런스에 가서 명함을 교환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메일을 쓰거나 전화를 하면 response를 하고, 미팅과 사업협력이 실제 일어나게끔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정도의 reputation을 갖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그것이 VC의 중요한 역할이다.

실리콘밸리에도 Wannabe entrepreneur가 많은 것 같다. 사업은 장난이 아니다. 최고의 팀이 모여서 죽어라 해도 될까 말까 한 것이다. 

Y Combinator의 핵심은 network effect라고 본다. 마피아처럼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Paul Graham이 top talent를 선택하고, 그런 network effect가 있다면 당연히 유리하지 않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요즘엔 예비창업자들이 아니라 이미 창업을 한 팀들도 많이 지원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선순환이 생겼다.

역사적으로 한국/일본의 인터넷 기업이 미국 본토에 와서 성공을 한 것이 있던가? 앞으로도 안될 것이라고 하긴 힘들지만, 과거에 안된 것에도 분명히 이유가 있다. 너무 쉽게 보지 마라. 

우리는 투자할 때 '엄청난 분석'을 하고 투자한다. 사람 보고 감으로 투자하지 않는다. 몇 개월에 걸친 due diligence를 통해 최종 ~100페이지의 분석보고서를 만들곤 한다.

스티브잡스는 1명이다. 누구나 스티브잡스가 되려고 하면 안된다. 대부분의 경영 의사 결정은 '감'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에 기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신고
Posted by jimmyr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