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께서 직전에 쓴 '공동창업자(co-founder)의 이탈에 관하여'라는 글에 공감을 해주셨는데, 그래서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냐라는 생각이 들겁니다.


하지만 너무 아쉽게도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런 일이 일어난 후에 어떻게 할 것이냐는 답이 없고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어도 '만일'을 대비하여 공동창업자끼리 '동업계약서'를 쓰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이것밖에 답이 없냐고 물으실 수 있겠지만, 그렇습니다. 소유권을 갖고 있는 주식을 '정'에 호소해서 달라고 할 수는 없을 거잖아요)


공동창업자가 이탈을 한 것 자체로 멘붕이고 너무 힘든데 사실 이것이 최악이 아닙니다. 만일 싸우고 나가서 사이가 안 좋다면? 사이는 엄청나게 안 좋은데, 수십퍼센트의 의미 있는 지분을 들고 그대로 나간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일 것입니다. 퇴사를 한 사람이 유의미한 지분을 갖고 나간다면, (i) 향후에 벤처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려고 할 때에도 이것이 이슈가 될 것이고, (ii)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아니, 나간 사람은 저렇게 지분을 많이 갖고 있고 저는 이렇게 적은 것이 불공평한 것 아니예요? 저희는 나간 사람 잘 되게 해주려고 열심히 해야 하는 거예요?' 같은 얘기를 듣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러다 보면 멤버들 동기부여가 잘 안될 것이고 팀에 이슈가 생길 가능성이 높겠죠.


그래서, 유일한 해법은 나가는 것을 막진 못하더라도, 나갈 때 지분은 최대한 내려놓고 가게끔 공동창업자들끼리 도원결의를 할때 약속을 하는 것일 것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 이런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 오래 일했는데 무조건 다 내려놔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고요. 해서 공동창업자들끼리 논의해서 정하는 것이 맞는데, 고려해야 할 요소와 제가 본 사례들을 좀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강한 조항은, (일한 기간에 관계 없이) 나간 사람은 무조건 모든 지분을 '액면가'에 내려놓고 나간다가 될 것입니다


-5년 이내에 나갈 때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되, 그 이후에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지분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수준의 동업계약서도 본적이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vesting 컨셉을 따라하는 경우도 요즘에 가끔 보입니다. 1년을 근속해야지만 지분에 대한 권리가 생기되, 13개월차부터 매월 1/48씩 해당 지분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 그렇게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계산을 그렇게 한다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액면가'가 아니라 '공정한 가치'를 산정해서 내부자들이 해당 주식을 사게끔 하는 계약을 보기도 했습니다. 


뭐가 가장 이상적일지는 답이 없을 것이긴 한데, 한국의 투자자들이 미국의 투자자들보다 지분이 외부에 있는 것을 더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을 고려해보면, 실리콘밸리 스타일보다는 조금 더 강하게 가는 것도 적극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공동창업자들의 지분거래는 '이사회'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정관'에 넣는 케이스도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공동창업자 중 한명이 뜬금없이 제3자 외부인에게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항)


마지막으로, 또 생길 수 있는 이슈로, 이탈자의 지분은 누구를 줘야 하나도 이슈일텐데,

-리더십을 발휘하는 대표이사에게 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그닥 권장하지 않습니다)

-남은 공동창업자들이 기존 지분율대로 나눠 갖거나, 현재 시점에서 냉정하게 판단해서 공동창업자들의 '기여'를 다시 산정해보고 그에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하는데, 

-가장 이상적인 것은, 기존에 지분을 갖고 있지 않던 멤버들에게 의미 있게 나누어주는 한편, 새롭게 합류할 특급 인재에게 줄 용도로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분에 대해서 논의를 하는 것도, 동업계약서를 쓰는 것도 참 한국 문화에선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해야 한다는 (그러지 않고 나중에 후회한다고 하신 기업가분들을 너무 많이 비ㅘ서요) 말씀 드리면서 글을 마칩니다. 



ps. 이익을 의미 있게 내고 있는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주식을 낮은 가격으로 거래할 때 증여세가 나올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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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immyrim

공동창업자(co-founder)의 이탈. 이것만큼 스타트업 대표에게 '멘붕'을 주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만감이 교차할 것이고, 힘이 쫙 빠지기도 할 것이고. 생각하기도 싫은 이런 일을 왜 블로그 주제로 쓰냐 하실 수도 있지만, 실상은 자주 있는 일이랍니다. 정말로 너무 자주.


저랑 미팅을 하고 나서 바로 투자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종종 메일로 소식을 업데이트 해주시는 분들이 꽤 됩니다. 그러다가 1년이 지나고 어찌어찌해서 또 만나뵙게 될 때 제가 항상 묻는 첫번째 질문이 "팀은 그대로 잘 있어요?" 입니다. 그만큼, 그대로 유지되는 일을 많이 못봤기 때문입니다.


도원결의를 한 공동창업자의 이탈. 사실 업계와 언론에서 회자되는 스타트업들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굳이 얘기하지 않아서 그렇지. 분명히 처음 시작할 때의 멤버는 저 구성이 아니었는데, 못 보던 분이 공동창업자라고 얘기를 하는 경우도 종종 보입니다. 여기서 뭐가 좋다 나쁘다를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자주 있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나는 해당사항이 없겠지'라고 생각하지 말자는. (사실, 케이큐브가 팀을 중심으로 투자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저희 패밀리 중에서도 공동창업자의 이탈이 생긴 경우가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얼마전에 세어봤는데, 좀 되더라고요)


나간 사람이 잘못이냐 혹은 의지가 약한 것이냐... 아니면, 스타트업 대표가 제대로 비전을 못 심어줬고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간 것이니 리더의 잘못이냐... 뭐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의미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스타트업은 힘들기 때문에 나가는 것입니다. 생각처럼 바로 성공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현실적인 이유들은 생기기 때문이죠 (현실적인 이유들은 많습니다. 보통, 결혼을 한 사람들은 경제적인 이유도 한 가지이고, 어린 학생들은 생각이 변하기도 하고. 그래서 갑자기 유학을 가겠다는 사람도 있고. 뭐 여자친구/남자친구가 반대해서 그만두는 사람도 있고...) 


공동창업자의 이탈은 의외로 자주 있는 일이니깐 너무 상심하지 마셔라라는 위로도 드리고 싶은 것이 글을 쓰는 취지이기도 하지만, 그때 겪어야 하는 어려움, 특히 정신적 스트레스는 말로 설명할 수 없기에 이왕이면 겪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고, 결국 또 다시 '팀이 가장 중요하다'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공동창업자/팀을 구해야 하는가? 또 다시 정답은 없겠지만,

-역시나 가장 좋은 것은 예전에 함께 '일'을 해보면서 손발을 맞춰봤던 사람들이겠죠? 함께 일을 해봤다면 그 사람이 일을 할 때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으니깐요 (그냥 오랫동안 알던 술친구는 좋은 술친구일 수는 있지만 막상 일을 할 때는 다를 수 있죠)

-여기서 일은 꼭 사회생활/직장에서의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대학생이라면, '조별과제'를 할 때 만났던 사람일 수도 있고, 동아리를 하면서 어떤 사람이 일을 추진해나가는 것을 볼 수도 있고요.

-만일 이렇게 직접적으로 일을 함께 해본 사람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면, '내가 믿는 실력도 있는 사람'에게 추천을 받는 것도 방법이겠죠 (나를 제대로 알고 있고 좋은 사람이라면 엄한 사람을 소개해주지는 않을테니)

-근데 이것도 힘들다. 그러면, '내가 지금 스타트업을 할 때가 맞는가?'라는 것을 잠시 고민해주셨으면 좋겠고, 그래도 하고 싶다면 역시나 무식하게 다 찾아보는 수 밖에요. 스타트업 모임도 나가고, 학교/직장 선후배들도 찾아다니고... 그런데 이렇게 잘 모르는 사람과 스타트업을 하게 되었을 때에는 '빨리 일을 함께 해볼 것'을 권합니다. 합숙을 할 수 있으면 합숙이라도 해서, 계속 토의도 하고 일도 해보고, '좋은게 좋은거지'라고 하지 말고 '의견'을 내면서 부딪혀도 보고. 그래야지만, 이 사람들과 최소 3년에서 5년 이상을 함께 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겠죠.


좋은 사업 아이템을 찾아서 시장에 빨리 내놓는 것보다 좋은 공동창업자/팀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스타트업은 절대 1년 안에 성공하고 그런 것이 아니니깐. 오랫동안 뛰어야 하는 마라톤이니깐...





ps. 공동창업자가 이탈을 하면 회사는 무조건 어려워지냐?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스타트업 월드에는 '정답'이 항상 없잖아요. 공동창업자가 이탈을 하고 멤버들이 마구마구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의미 있는 성과를 내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참고로 저희 패밀리에도 대표이사를 제외한 공동창업자분들이 모두 이탈을 했음에도 끝내 의미 있는 성과를 내신 분도 계시답니다) 


ps2. 공동창업자 이탈이 있을 때 어떻게 프로세스를 밟으면 좋을지에 대해선 나중이 기회가 되면 써볼게요. (해당글로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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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immyr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