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오랫동안 안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여성의 사회 참여와 여성 리더십에 관심이 많습니다. 역량이 출중한 여성분들이 사회에서 더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고 있고, 스타트업 월드에도 여성 경영진이 더 많으면 좋겠다고 한적도 있고요. 그런데, 제가 얼마 전에 모 IT 대기업의 여성 임원과 말씀을 나누던 중에 무릎을 탁 치면서 반성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나 역시 어쩌면 잘못된 프레임(frame)에 갇혀 있었구나'라는 것을 느낀 사건이었죠. 그분이 제게 해주신 말씀 중 일부를 옮기면,


"몇 년전에 임원이 되니깐, 갑자기 회사에서 '여성 리더십'에 대한 교육을 받으라고 하는 것이예요. 그런데 그때 기분이 조금 이상했어요. 근 20년을 '여성'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남자들보다 더 (소위 말하는) 남자답게 일을 했었는데, 임원이 되니깐 갑자기 제가 '여자'라는 거예요. '아 맞다, 나 여자지...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2로 시작하지...'라는 것을 갑자기 느낀?"


공감이 갔습니다. 제가 아는 소위 성공했다고 하는 여성분들을 보면, 일을 잘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여전히 존재하는 '편견'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을 하셔서 그 자리에 오르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존경스럽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 분께서 해주신 다음 말씀에서 제가 무릎을 탁 치고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성이 임원이 되었을 때 여성을 위한 리더십 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남성 리더들이 여자 부하직원들과 어떻게 일을 하면서 리드해야 하는지를 교육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명언이다...'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여성분이 그 자리까지 올라갔다면, 이미 수 많은 남성들과 일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고,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을 것이니 갑자기 '여성을 위한 리더십 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조직에서의 근원문제를 생각해보면 보통 남성 리더가 여자 부하직원 리드를 잘 못하는 것이 문제죠. 제 주변 남성 리더분들 중에서도 '여자랑 일하는 것이 좀 불편해'라고 하시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면 여성이 뭘 더 잘하거나 못해서 불편한 것이 아니라 그냥 '나와 달라서' 불편한 것이더라고요. 자신이 지금까지 일했던 스타일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그런데 여성이랑 일하는 것이 조금 불편하다고 해서 역량 출중한 재원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사회적으로도 너무 큰 손실이잖아요. 그러니깐, 오히려 수 많은 여성 인재들을 이끄는 리더십 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너무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 분의 말씀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생각해보면, 꼭 '여성'이라서 다른 것이 아닐지도 몰라요. 남자 직원이 뭔가 다르면 이 친구 '남자'라서 다르구나라고 생각을 안 하지만, 여자 직원이 다르면 '아 여자는 달라'라고 생각하는 것 때문에 생기는 오해일 수도 있어요. 그렇게 보면 '여자 직원과 잘 일하는 방법'을 교육시킬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잘 일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시켜야 하는 것이겠죠"


그 분의 말씀은 이어졌습니다. 


"사회 리더 중에 왜 여성리더가 별로 없느냐? 전 이유가 의외로 간단하다고 봐요. 평가하는 사람들이 남자이기 때문이예요. 그런데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고 불편한 것을 피하려다 보니 정성평가에서 마이너스가 나오게 되는 것이죠."


정말, 너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관점을 많은 분들께서 (특히 경영자분들) 아시면 좋을 것 같아서 블로그에 옮겨봤습니다. 저는 이 분처럼 여성의 관점에서의 해결책까지는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다양성'이 갖는 힘을 믿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여성의 참여가 많아지면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미시간 대학 (University of Michigan)의 스캇 (Scott Page) 교수가 다양성이 더 좋은 의사 결정을 내린다고 이론적으로 증명한 공식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 (Collective error) = 평균적인 개인이 잘못된 의사 결정을 내릴 가능성 (average individual error) - 다양성에 기반한 상이한 관점 (prediction diversity)


*쉽게 얘기하면, 다양한 관점이 많을수록 '오류'의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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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immyrim



사회생활을 얼마 하지 않은, 그리고 대체로 똑똑한 친구들 중에는 비즈니스가 스마트함을 기반으로 한 논리의 싸움이라고 믿고 있는 친구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업 분석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내가 맞다, 네가 틀리다 논의를 하고, 그러다가 정작 '일'이라는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을 놓치기도 하고요. 단언컨데, 논리와 스마트함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것만 가지고서는 좋은 리더, 경영자가 되긴 힘들 것입니다. (논리와 스마트함은 기본 중에 기본일지도)


돌이켜보면 저 역시 사회생활 초반에는 똑같았던 것 같습니다. 나름 똑똑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고, 논리 싸움에서는 누구한테도 지기 싫어했었습니다. 그런데 NHN에서 일할 당시 상사 분께서 어느 날 제게 피드백을 주셨는데 정말 뒤통수를 맞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 분 역시 엘리트였고 아주 논리적이고 스마트한 분이었습니다)


"지미 , 지미는 아마 스마트함과 논리는 전국에서 1%, 아니 0.1% 안에 들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그 부분을 더 갈고 닦기 보단, 다른 영역을 보완하는 것이 어떨까요? 


제가 볼 땐, 지미가 앞으로 사회 생활을 하면서 논리력과 스마트함이 부족해서 역경을 겪는 일은 없을 것 같애요. 그런데 결국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것인데, 그 부분은 개선할 부분들이 있어 보여요." 


나름 제게는 충격적인 피드백이었는데, 어린 마음에 100%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사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최고로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다는 3대 전략컨설팅 회사인 맥킨지, BCG, 베인 중에 한 곳은 꼭 가고 싶었고, 결국 BCG를 가게 되었죠. 제 딴에는 논리력을 더 키우고 싶었고, 어떤 사업현황을 보면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해결방안들이 있는지를 한번에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전략컨설팅은 제가 원하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BCG는 1년만에 나오게 됩니다만...)


그런데 그 상사의 말씀을 다시 제대로 깨닫게 된 것은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일을 하면서였습니다. 전 직장인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가장 많이 배운 것이 '사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스마트하신 임원께서 협상을 하시는 와중에, 제가 볼 땐 충분히 논리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갑자기 "우리 그냥 좀 갑시다. 사장님도 하고 싶으시고 저희도 정말로 하고 싶어하시는 것 아시잖아요. 더 큰 그림 같이 그립시다. 이런 소모적인 협상 저도 힘드네요" 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마음 속으로 '아니 이런 중요한 협상에서 이렇게 unprofessional한 모습을 보여도 되는 것인가?'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반대편에 앉아 계시던 사장님께서 "제가 드리고 싶었던 말씀입니다" 라고 하면서 모든 것이 착착 잘 끝났습니다.


또 (당시에 수석 심사역이셨던) 다른 선배 한 분께서 대기업과 일할 때 대기업에서 해당 업무를 맡은 상대방이 그 조직에서 할 말이 있게, 명분을 만들어주면서까지 일을 하는 것을 보면서도 정말로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다소 무능해 보이는 담당자가 답답하기만 하고, '저 친구는 왜 저기에 앉아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제 선배는 '일이 되게끔'하는 것이었습니다. (담당자에게 '무능한 너는 왜 거기에 있냐'라는 자세로 일을 진행했으면 그 담당자의 감정이 당연히 상했을 것이고, '될 일도 안 되는' 상황으로 갔겠죠)


VC로 7년을 일하면서 사람을 동기 부여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사람이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일 수 있는지 수 많은 케이스들을 보면서 점점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글에서 전 논리와 스마트함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중요하니깐 접대만 하면서 어떻게 환심을 사라고 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좋은 성과를 내고 좋은 리더가 되려면 '사람의 동인'까지를 이해하면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사람은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이고, 불완전한 동물이니깐.






ps. 첨부된 책 이미지는 주제와 맞아서 첨부했을 뿐, 저는 이 책을 읽어보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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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immyr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