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다른 글에서 스타트업 경영은 '아트'나 '운'의 영역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영역으로 끌고 가야 한다고 말씀드렸었는데, 오늘은 조금 더 상세하게 '측정의 중요성'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요즘 스타트업 붐이 조금씩 일고 있어서 꽤 많은 미팅을 하게 되는데 아래와 같이 대화가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래 사례는 의미 있는 다운로드를 달성한 회사의 사례)

기업가A: (매우 자랑스럽게) "저희는 앱 서비스 시작한지 3개월만에 5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였습니다! 한 두달 후면 100만, 올해 안에 1천만까지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미림: "축하드립니다. 어떻게 점점 좋아지고 있나요?"
기업가A: "그럼요! 저희 별 다른 노력 없이 50만을 달성했습니다. 조금만 노력하고 마케팅 비용 쓰면 수백만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지미림: "아 네... 다운로드 이외의 지표들은 어떤가요?"
기업가A: "뭐 이런 저런 지표들을 측정하고 있는데 자세한 것은 담당자에게 물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미림: "아 네....!@#$%^&*"

혹시 여러분들의 스타트업은 어떤가요? 여기서 case study를 한번 하겠습니다. 가상의 기업 2개를 비교해보시죠. 먼저, A 기업의 서비스 출시 이후 월별 누적 다운로드수와(파란색) 가입회원수(빨간색) 데이터를 보시죠.


어떤가요? 사실 미팅할 때 이렇게 데이터를 준비하는 팀도 많지 않습니다. 뭐 그건 차치하고, 이런 그래프를 보시면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100만 다운로드 가까이 달성했기 때문에 좋아보이시는지요?

여기서 무엇을 더 봐야 할까요? 조금 더 보시는 분들은 어쩌면 (현재 가입자수-전월 가입자수)를 계산해서 순증이 증가하고 있는지, 아니면 줄어들고 있는지를 보실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그것도 좋긴 한데, 위의 지표만 갖고서는 이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잘 사용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혀 판단을 할 수가 없습니다. 굳이 한다면, 그래도 100만 가까이 다운을 받았으니 1) 대중성이 있는 아이템으로 판단되었거나, 2) 아니면 마케팅을 참 잘하는 팀이거나 정도의 생각이 들겠네요.

다운로드/가입자 수만 확인하면 안됩니다. 더 많은 데이터를 측정하고 봐야 합니다. 수 많은 지표들이 존재하고 회사마다 적합한 것이 다를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case study를 단순화하기 위해 '회원 가입률' (다운로드를 받은 고객이 회원가입까지 한 비율)과, '전월 대비 Retention'(전월에 서비스를 사용한 고객이 다음월에도 서비스를 사용하는 잔존율)을 둘 다 40%라고 가정해보시죠. 상세 데이터를 볼까요?


다운로드는 많이 했지만, 회원가입률은 40% 수준이고, 또한 이번달에 사용했던 유저가 다음달에 다시 사용하는 Retention (잔존율)이 40%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고객 이탈율'이 어마어마한 것입니다. 매월 들어왔던 고객들을 그룹지어서 그 집단의 잔존율을 계산해보고, 월별 집단 사용자수의 총합을 통해 Total MAU(Monthly Active User, 회사에서 정한 active의 기준을 넘는 월 사용자. 여기에서는 단순하게 하기 위해 월 1번 이상의 사용자로 규정)를 계산해 보면 Dramatic하게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개월째 10만이 넘었던 수치가 몇 개월 후에 1만 이하가 될 수도 있는 것이죠)

6개월이 되는 시점에서 투자 검토 미팅을 했고, 만일 7개월~9개월째 신규 다운로드/가입자 수가 예전처럼 높지 못하다면 이 서비스는 거의 죽은 서비스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다운로드 수 같은 지표만 신경을 쓰면서 마케팅을 고려하고 있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운로드/가입자수 같은 지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그것만 관리하는 경우를 의외로 많이 봤습니다.

그렇다면, 가상의 B기업을 한번 볼까요?


다운로드/가입자 수만 보면 그냥 그렇죠? 만일 A기업과 B기업의 다운로드/가입자 수 그래프만 보셨으면 어땠을 것 같은가요? 당연히 A기업이 월등하다고 생각하셨겠죠? 하지만, B기업의 상세 데이터가 아래와 같다면 저는 이런 기업을 완전 선호합니다. 




다운로드/가입자 수는 작지만 이 기업은 고객들의 실제 사용 행태와 피드백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진화시켰을 것입니다. 그래서 회원가입률도 40%대에서 65%로, 그리고 해당월에 가입한 유저집단을 분석한 (Cohort Analysis) 잔존율도 50%에서 92%까지 높아진 것이죠. 이런 기업이라면, 투자를 하고 싶어집니다. 제가 투자한 돈이 제대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것이죠. 이제는 마케팅을 통해서 유저만 끌어오기만 하면 나머지 모든 것은 선순환을 탈 수가 있는 것입니다.

위의 case study에서는 간단하게 회원가입률과 Monthly Retention (전월 고객이 다음달에도 서비스를 사용하는 비중)만을 변수로 설정하고, 또 집단분석(Cohort Analysis)을 사용하는 것 정도만을 보여드렸는데 실제 스타트업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들을 분석해야 할 것입니다.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측정을 해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되냐고요? 사실 지표 측정의 경우에는 회사마다 가장 적합한 것이 있기 때문에 '공식'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미국의 스타트업들이 많이 사용하는 'AARRR기법'을 공부해보고 본인들의 서비스에 적용시켜보시길 강력하게 권해드립니다.

AARRR은 Acquisition, Activation, Retention, Referral, Revenue 관점에서 지표들을 측정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AARRR을 잘 설명한 자료를 아래 하나 첨부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Googling을 해보시면 더 많은 자료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스타트업들이 모두다 '측정'을 잘 하는 그날까지!!!


Startup Metrics for Pir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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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immyrim

솔직히 고백하건데 벤처투자가 쉽지는 않습니다. 잘 될줄 알았던 회사가 잘 안되고, 또 생각하지도 않았던 회사가 더 잘 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그것이 벤처의 묘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다 보니 투자 검토를 할 때 간혹 스타트업 대표님들로부터 "어차피 성공 여부는 가봐야 아는 것이고 '운'도 많이 작용하는 것 아닌가요?"라는 말씀을 듣기도 하고, 간혹 그런 분들 중에서는 "Big picture만 보고 그냥 지르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라는 피드백을 받기도 합니다.

뭐 맞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저도 스타트업을 하는데 있어서 '운'이 작용하는 부분도 분명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로서도 그렇고, 또 스타트업 경영진 입장에서도 '어차피 가봐야 아는 것이고 운이 적용하는 것'이라는 태도(attitude)는 그렇게 바람직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성공할 수 있는 준비'는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팀 멤버들의 역량, 가치관, 실행력 등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고요. 스타트업은 그냥 무작정 'Just Do it'이 아니라,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요즘 젊은 스타트업 경영진들은 '가설'을 수립하고, '빠르게 개발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진화를 해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십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제대로 하는 기업이 많은 지는 모르겠습니다.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데이터'를 분석하기 보다는 경영진의 '직관'을 믿고 그냥 가는 경우도 많은 것 같고, 데이터 분석을 하더라도 피상적으로 '총 다운로드, 유저 수' 등만 관리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작년에 Zynga의 부사장이 Wall Street Journal 기사에 공개적으로 "우리는 사실 게임회사인 척하는 데이터 분석회사다(We're an analytics company masquerading as a games company)"라고 한 것을 인상적으로 봤었는데, 그만큼 스타트업 경영을 '아트'나 '운'으로 보는 것이 아닌, 합리적인 예측이 가능한 영역으로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얘기들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이 작년에 출간되서 미국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The Lean Startup인데 (스타트업을 3번 창업한 적이 있는 Eric Ries가 쓴 책으로 많은 기업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던 책입니다), 스타트업 경영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그리고, 제가 인상깊게 봤었던 문구들 10개를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1. Many entrepreneurs take a "just do it" attitude, avoiding all forms of management, process, and discipline. Unfortunately, this approach leads to chaos more often than it does to success.
많은 기업가들은 스타트업이기에 경영원리, 프로세스, 원칙 등을 모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냥 "일단 해보자"의 자세로 회사를 경영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런 방식은 성공보다는 혼란을 더 많이 가져온다

2. We must learn what customers really want, not what they say they want or what we think they should want.
스타트업은 고객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찾아내야 한다. 고객들이 원한다고 말하는 것이나 우리가 고객들이 원할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아니라... 

3. There are many value-destroying kinds of growth that should be avoided. An example would be a business that grows through continuous fund-raising from investors and lots of paid advertising but doesn't develop a value-creating product.
기업가치를 창출시키는 성장이 아닌, 기업가치를 오히려 저해하는 성장도 많이 있고 이런 성장은 피해야 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외부로부터의 지속적인 투자를 받는 것으로, 또 많은 광고를 집행하면서 성장을 이끌 수는 있지만 이런 성장은 제품/서비스 자체적으로 가치를 창출한다고 보기 힘들다

4. The facts that we need to gather about customers, markets, suppliers, and channels exist only "outside the building". Startups need extensive contact with potential customers to understand them, so get out of your chair and get to know them.
우리가 획득해야 하는 고객 정보, 시장 정보, 공급자 및 채널들에 대한 정보는 '밖'에서만 구할 수 있다. 스타트업들은 잠재고객들과 아주 많은 교감이 있어야 하며 그들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책상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서 그들을 이해해라. 
 
 5. Sooner or later, a successful startup will face competition from fast followers. Time spent in stealth mode - away from customers - is unlikely to provide a head start. The only way to win is to learn faster than anyone else.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곧, 아니면 얼마 지난 후에 fast follower로부터 경쟁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것이 두려워서 고객들과 교감하지 않고 '스텔스 모드'로 있는 것은 스타트업에 경쟁력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경쟁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어떤 조직보다 빠르게 학습하는 것이다. 

6. A startup's job is to (1) rigorously measure where it is right now, confronting the hard truths that assessment reveals, and then (2) devise experiments to learn how to move the real numbers closer to the ideal reflected in the business plan
스타트업이 하는 일이란, (1) 철저하게 현재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불편한 진실'들을 받아들인 다음에, (2)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실험들을 설계하고 테스트 해 나가면서 이상적으로 원했던 곳으로 향하는 것이다.

7. When one is choosing among many of the assumptions in a business plan, it makes sense to test the riskiest assumptions first. If you can't find a way to mitigate these risks toward the ideal that is required for a sustainable business, there is no point in testing the others.
사업계획에 있는 수 많은 가설들을 테스트할 때에는 가장 중요하고 리스크가 높은 가설부터 테스트를 하는 것이 좋다. 만일, 그 중요하고 리스크가 높은 가설을 검증하고 각종 위험요소들을 제거할 수 없다면, 다른 소소한 가설들을 테스트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8. The first company sets out with a clear baseline metric, a hypothesis about what will improve that metric, and a set of experiments designed to test that hypothesis. The second team sits around debating what would improve the product, implements several of those changes at once, and celebrates if there is any positive increase in any of the numbers. Which startup is more likely to be doing effective work and achieving lasting results?
두 개의 회사를 가정해 보자. 첫번째 회사는 명확한 지표를 설계하고, 그 지표를 향상시킬 수 있는 가설을 수립하고, 그 가설을 테스트 할 수 있는 실험을 설계한다. 두번째 회사는 멤버들이 다 같이 모여서 어떻게 하면 제품/서비스를 더 좋게 할 수 있는지 난상토론을 하고, 거기에서 나온 다양한 대응책들을 한꺼번에 적용시키고, 회사가 관리하고 있는 지표 중 하나가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모두들 좋아하면서 축하한다. 어느 회사가 더 효과적으로 일하고 있고, 어느 회사가 더 지속가능한 결과를 낼 것으로 보는가? (당연히 첫번째 회사다)

9. Cohort analysis is one of the most important tools of startup analytics. Instead of looking at cumulative totals or gross numbers such as total revenue and total number of customers, this looks at the performance of each group of customers that comes into contact with the product independently. For example, tracking the metrics of new customers who joined in each indicated months is valuable. 
'동일집단 분석'은 스타트업들들이 해야 하는 데이터 분석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다. 단순히 총 매출액, 총 고객 수 등과 같은 총량적인 숫자들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을 그룹으로 구분지어서 그 그룹별로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당 월에 가입한 고객들을 따로 모아서 그 고객들의 성과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정말로 가치 있는 일이다 (1월 가입자군 vs 2월 가입자군 vs 3월 가입자군...)

10. Only 5 percent of entrepreneurship is the big idea, the business model, the whiteboard strategizing, and the splitting up of the spoils. The other 95 percent is the gritty work that is measured by innovation accounting: product prioritization decisions, deciding which customers to target or listen to, and having the courage to subject a grand vision to constant testing and feedback.
기업가가 하는 일의 5%만이 큰 그림을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고, 화이트보드 앞에서 멋있게 전략 회의를 하는 것 등이다. 나머지 95%는 어떻게 보면 손에 흙을 묻혀야 하는 그런 덜 멋있는 작업들이다: 제품/서비스 우선순위 정하기, 어떤 고객들을 타겟으로 설정할 것인지와 어떤 고객들의 피드백을 받을 것이지, 크고 멋진 비전을 아래에 두고 끊임없는 테스트를 하면서 고객들의 피드백을 하는 것 등이다. 


  

 
 
Posted by jimmyrim
얼마전에 트윗으로 'KAIST 학부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창업을 했을 것 같다'라고 적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몇 몇 분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셨고, 또 몇 몇 분은 왜 지금은 안하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사실, 창업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수도 없이 만들 수 있습니다. 1) 나이가 많아서, 2) 지금까지 해온 일이 창업을 하는데 있어 최적의 경험이 아니어서, 3) 아니면 심지어는 지금까지 한 일이 창업을 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어서, 4) 결혼을 해서, 5) 거기에다가 부양해야 할 아이까지 있어서, 6) 용기가 없어서, 7) 내가 창업가형 DNA를 갖고 있지 않아서, 8) All of above 정도? 사실 저의 경우는 8번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는 좋은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그 기업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현재의 VC라는 직업이 제게 가장 잘 맞는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겠죠. 

그러면 왜 대학때로 돌아가면 창업을 했을 것 같냐? 우선 잃는 것이 거의 없었을 것이고, 창업을 해보면서 내가 창업가형 인간인지 아닌지를 해보면서 테스트 해볼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창업을 해서 성공했을 경우에는 충분히 좋은 보상을 받을 수 있었겠죠.

다른 글에서 지금은 스타트업을 하기에 최적의 시간이라고 적었는데, 젊은 친구들은, 특히나 공대 출신의 개발자들은, 특히 남자의 경우 좋은 기술기업에서 병특(산업기능요원/전문연구요원)으로 군대까지 마친 친구들은 진지하게 창업을 고민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창업을 해야 하는 이유도 수도 없이 많이 적을 수도 있겠지만, 간단하게 3가지만 적어보겠습니다.


1.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만 신명이 나고 보람이 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누군가가 시키는 일은 괜히 하기 싫습니다. 심지어는 '이거 해야지' 라고 마음을 먹고 있을 때 누군가가 와서 '이거 해'라고 하면 갑자기 또 하기 싫어집니다. 그런데 일반 직장을 다니게 되면 일상이 그렇지 않나요? 그렇기 때문에 경영학 교과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것 중 하나가 직원들에게 주인의식(ownership)을 느낄 수 있게끔 하라는 것이죠. 

젊은 친구들이 대기업에 입사를 하고 나면 무엇을 하게 되나요? 요즘 기업들은 그래도 젊은 친구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주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고는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일단,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신참내기가 뭔가를 주도적으로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은 몇 번 시도해보다가 제풀에 죽곤 합니다. 그리고는 그냥 월급을 꼬박꼬박 받는 그런 일반 직장인이 됩니다.

반면 스타트업을 하면? 우선 본인이 하고 싶어하는 사업을 합니다. (물론, 그 사업이 일반 대중들이 문제라고 느끼고 개선되어야 할 영역이 있는 사업이어야겠죠) 뜻이 맞는 사람들과 일을 하다 보면 남이 시키지 않아도 그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잡고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일이 재미있습니다. 물론, 스타트업을 실제로 하다 보면 어려움도 많이 있지만, 본인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시작했다는 차원에서 그 어려움들을 훨씬 더 잘 극복할 수 있습니다.

거창하게 얘기하면 '내 인생을 살 것인가, 남의 인생을 살 것인가'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2. 창업을 해서 좋은 성과를 낼 경우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어렸을때 농담삼아 '돈으로 똥 닦는다'고 했었죠? 창업을 해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뭐, 촉감이 별로 좋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흔히 우리사회에서 직장인으로서 성공의 기준을 '억대 연봉'으로 말하곤 합니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 중 1.8%가 억대 연봉자라고 합니다. 학교 다닐 때 나는 전국 1% 안에 들었으니깐 쉬워보인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 통계에는 20대~60대까지 모든 사람이 다 포함된 것입니다. 내 나이대에서 비교해보면 훨씬 적은 수치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억을 벌면 세상이 달라지냐 하면 별로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소득세를 보면 8,800만원 이상의 구간의 경우 세율이 35%, 4,600만원~8,800만원 구간까지의 세율이 24%, 1,200만원~4,600만원 구간까지의 세율이 15%입니다. 인터넷에 있는 '연봉계산기'로 간단하게 계산해보니, 실질수입은 8,070만원, 월로 환산하면 672만원 수준입니다. 쉽지 않겠지만 월 300만원씩 저축을 하면 1년에 3,600만원, 별도의 재테크 수단이 없다고 하면 10년을 모아야지만 3~4억원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연봉이 6,000만원일 경우를 계산해보면 실질 수입은 5,120만원, 월로 환산하면 426만원입니다. 억대 연봉자와 뭐 246만원 차이가 나는데 어떻게 보면 큰 차이일 수도 있지만, 또 어떻게 보면 또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닙니다. 사실 아마도 사는데 별로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 스스로 재미 있어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상사 눈치 보고, 정치하면서 어떻게든 억대 연봉에 들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죠.

이에 반해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둔 스타트업의 경우는 어떤가요? 단순히 생각해보면 '기업가치 X 나의 지분율' 이겠죠? 가장 dramatic한 경우는 넥슨의 김정주 대표일 것 같습니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김정주 대표의 지분가치는 2조원을 넘었다고 하네요.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의 지분가치는 1조 6천억원이라고 하고요.

뭐 이렇게 어마어마한 분들처럼 되지 않더라도 스타트업 대표이사 혹은 founding member로서 지분을 10~20%를 갖고 있고, 최근에 기사화된 엔써즈와 같이 450억 기업가치로 M&A가 되면 이것으로도 인생이 어느 정도 바뀔 수가 있는 것이죠.

뭐 그것도 사실 그렇게 쉽지 않으니 엔써즈와 같이 수백억 수준의 M&A가 아니더라도, 수십억 수준의 M&A는 언론에 자세히 보도되지 않지만 간간히 있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not bad입니다. 그리고, 모바일 혁명이 오고 있는 환경을 고려해보면 앞으로 M&A가 분명히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 되기에 해볼만한 배팅인 것 같습니다. 


3. 젊다면, 잃을 것이 별로 없다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사실 크게 잃는 것이 없습니다. 빚을 내서 사업을 한 것이 아니고, 만일 기술기업으로서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것이라면 말이죠. (만일, VC가 개인 연대보증 또는 담보를 요구하면 투자를 안 받으면 됩니다. 건전한 실패는 충분히 용인해줄 수 있는 그런 VC들도 충분히 있습니다)

잃을 것이 별로 없는 것에 비해 '얻은 것'은 꽤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우선, 1) 한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내공/insight가 생겼을 것이고, 2) 경영진으로서 실제 회사를 운영해본 경험을 갖게 될 것이고, 3) 스타트업을 하면서 많은 IT업계의 인맥을 확보했을 것입니다.

스타트업에서 3년을 보냈다면, 그 3년은 '압축된 시간'이기에 일반 대기업에서 경험한 10년치의 경험보다도 많을 수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대기업에 있었으면 절대 고민하지 않았을 수 많은 경영적인 이슈들을 해결하면서 '내공'이 많이 쌓이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에서는 비록 실패했을 지라도 (건전한 실패라는 가정 하에), 충분한 경험을 쌓은 기업가라면 대기업에서 본부장급으로 스카웃해가는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제가 볼 때 앞으로 우리나라의 큰 IT기업들, 특히 인터넷 기업들에선 이런 모습이 자주 목격될 것 같습니다.


추신: 마지막으로 한 말씀 더 드리자면...


위에서 실컷 '왜 창업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썼지만, 글을 마치면서 '무조건 창업하지는 마라'고 해보려고 합니다. 무슨 뚱딴지 같은 얘기냐? 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진심입니다. 제가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나면 항상 물어보는 것이 "왜 창업하셨어요?" 입니다.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창업을 하는 것은 '수단'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 '목적'이 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나의 유일한 목표가 스타트업의 CEO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보통 이런 분들이 리서치 보고서나 해외 언론(특히나 techcrunch) 등에서 뭔가가 조금 '뜬다고' 하면 그것으로 사업을 하고자 하십니다. 그런데 본인은 그 사업을 진심으로 믿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냥 시류에 편승해서 하는 것이죠. 대부분 잘 안되더라고요.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부분은, '내가 왜 사업을 해야 하나'라는 명제를 확실히 찾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풀어야 할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는 것입니다. "아니, 이것이 이렇게 불편한데, 그리고 사람들의 needs가 있는데 왜 솔루션이 없지? 이건 큰 문제야. 내가 해봐야겠다"로 시작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해야지만, 정말로 본인이 믿고, 하고 싶어하는 일이 되는 것이고 위에 1번에 적은 것과 같이 신명나게 일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스타트업이 쉬울까요? 절대 쉽지 않습니다. 아니 겁나게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는 이유는 '사업 존재의 이유'를 본인이 믿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왜 창업을 하려고 하는지 불명확한 사람들에게는 창업을 권하지 않습니다.



추신 하나 더 - 이 글은 IT업계 중에서도 인터넷/모바일 등의 소프트웨어 회사에 해당하는 글이 될 것입니다. 간혹, 제게 프랜차이즈 사업 등을 문의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그 분야는 제가 전혀 모른답니다. 




 

Posted by jimmyrim
제가 '지금이 스타트업을 하기에 최적의 시간이다'라는 글을 적고 난 후 ex-로티플의 김동주님께서 Evernote의 CEO도 강연에서 비슷한 얘기를 했다고 제게 알려줘서 찾아봤습니다. 2011년 10월에 스탠포드에서 한 강연인데, 지금이 최적의 시간이라고 한 부분은 2분30초 분량 밖에 안되기에 한번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1시간3분짜리 전체 강연을 보실 분은 클릭하세요) 

짧은 내용이지만 핵심만 적어보면,

Evernote는 나의 3번째 소프트웨어 회사인데, 과거 2개를 경영할 때는 30%의 시간/자원만을 제품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나머지 70%는 유통, 사업개발, 전략적 제휴, 마케팅, PR 등에 썼다. 그런데 지금은 95%를 제품에 집중할 수 있다. 이제는 앱스토어에 올리면 끝이다. 

이제는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때 다른 주에 있는 소프트웨어 유통업체와 다시 논의를 하고 계약을 할 필요가 없다. 앱스토어에 올리면 된다. 광고/홍보도 소셜미디어로 인해 훨씬 쉬워졌다. 좋은(great) 제품을 만들면, 사람들이 그 제품에 대해서 알아서 얘기한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이제 컴퓨터가 언제 어디서나 다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Freemium 모델로 잘 작동한다. 오픈소스(open source), 네트워크 서비스 (클라우드 서비스) 모두 5년전만 해도 없었던 것들이다. 


위 모든 것들로 인해 Geek Meritocracy (좋은 개발자가 인정 받고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시스템)가 성립하게 되었다. 국게 경제가 어려워서 창업을 하기 안 좋은 시기다라는 것은 소프트웨어 창업 분야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지금이 가장 좋은 시점이다.









Posted by jimmyrim

초기기업 (심지어는 설립 이전부터라도) 전문 벤처투자사 K Cube Ventures의 임지훈 대표입니다. NHN/카카오를 설립한 김범수 의장과 함께 '100명의 CEO'를 육성하여 스타트업 생태계에 도움을 드리고자 케이큐브 벤처스를 설립하게 되었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저희 홈페이지를 참고하시면 되고요, http://kcubeventures.co.kr/ 참고로 제 이메일은 jimmy[at]kcubeventures.co.kr 입니다. 

설립 이후 K Cube Ventures에서 투자한 패밀리 회사들은 아래와 같고요, 하루하루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제 보람이랍니다. 

프로그램스 (자동화/추천화 기술기업), 위시링크 (모바일 패션 서비스), 엠버스 (모바일 디자인 스토어), Vingle (관심기반 소셜미디어), 그린몬스터 (모바일 Life-log 서비스), 키즈노트 (영유아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핀콘 (모바일 소셜 RPG게임), 비테이브랩 (공유경제 커머스), 넵튠(모바일 게임), 드라이어드 (모바일 게임), 두나무 (뉴스 서비스), Perfect Sunday (쥬얼리 쇼핑)


그리고 아래는 예전에 작성했던 K Cube Ventures 설립 이전까지 제가 살아온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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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모바일, 게임, 기술기반기업, 뉴미디어 등 스타트업/벤처기업에 투자하는 venture capitalist입니다. Venture capitalist라는 직업의 가장 좋은 점은 '좋은 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그 분들의 꿈을 실현시키는데 일조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고요, 이렇게 진정성 있는 삶을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startup's best friend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믿고 있습니다. 


투자한 스타트업들은 아래와 같으며, 투자 이후 이사회(BOD)에 사외이사 혹은 observer로 참여하여 회사성장에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1. 전국민이 즐기는 '애니팡'을 개발한 국내 최고의 소셜/모바일 게임회사, (주)선데이토즈

2. 성공적으로 IPO한 회사들
-(주)케이아이엔엑스
-(주)처음앤씨 
-(주)한텍엔지니어링

3. 성공적으로 M&A 등으로 exit된 회사들
-(주)로티플 (카카오와 M&A)
-(주)올리브스튜디오, TV애니메이션 '코코몽'

4. 완전 기대주인 회사들
-(주)다담게임, 2D 횡스크롤 MORPG 게임
-(주)두빅, 국내 최고의 FPS 회사
-(주)엔진스튜디오, 국내 최고의 게임 개발 team, 액션 MORPG 게임
-(주)고릴라바나나, 대작 MMORPG '레드블러드' 개발사 
-(주)엔비아이제트, 온라인/모바일 광고 플랫폼
-(주)뽀로로파크, 뽀로로 테마파크

벤처투자를 하기 이전에는 글로벌컨설팅 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대기업을 상대로 경영전략을 수립하였으며, 그 이전에는 NHN 기획실에서 인터넷/모바일 관련 다수의 사업을 기획하고 간접경험하였습니다. 가방끈은 짧은편으로 학사 학위만 보유하고 있고요, KAIST 산업공학과를 졸업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조금 informal하고 personal한 얘기들을 해보면...아래의 event들이 제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지금의 저'를 만드는데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생각하는 일들입니다. :)



1. 초등학교 3학년때까지의 외국 생활


대기업 '상사맨'이셨던 아버지를 따라 태어나자마자 외국생활을 (파나마, 칠레, 브라질, 미국) 하게 되었고 초등학교 3학년 때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한인타운' 뭐 이런 곳에 살았던 것이 아니었고, 저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금발'인 그런 곳이었습니다. (근데 왜 제가 한 가운데 앉아 있는 것이죠? ㅋㅋ) 몇 몇 친구들이 Chino (우리말로 하면 '짱깨' 같은 것이죠)라고 놀려서 마음에 상처를 입었던 것도 기억나긴 하지만, 별 생각 없이 잘 뛰어놀았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외국서 '공부'를 제대로 배우진 않았지만 항상 모든 것에 대해서 '왜'라고 묻는 습관, 그리고 '토론'을 좋아하는 그런 습관을 체득할 수 있어서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습관으로 인해 한국에 와서는 학교 선생님들께 '반항'한다는 이미지로 찍히기도 하고 엄청 두들겨 맞기도 했답니다 ㅠ.ㅠ)


2. 중학교 1학년때까지의 '야구선수' 생활



3학년때 한국에 들어와서는 사실 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한 반에 20명 정도 되고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는 환경에서 살다가, 한 반에 60명이 있는 교실과, 칠판에 빽빽히 선생님이 뭔가를 쓰면 열심히 받아적어야 하는, 그리고 또 제 때 적지 않으면 손바닥을 맞는... 제게는 정말 문화적인 충격이었습니다. 우리말을 제대로 몰랐던 저는 칠판에 쓰여 있는 글씨들을 열심히 그리곤 했었는데 반쯤 그리고 있으면 선생님이 칠판을 쫙 지우곤 했던 것이 기억이 나네요. 아무튼, 여러가지 이유로 공부에는 그렇게 재미를 붙이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운동'을 잘 하던 친구들이 인기가 많더라고요. 해서, 3학년때 '잠실리틀야구단'에 입단을 합니다. (참 불순한 목적이죠? ㅎㅎㅎ)


미국에선 리틀야구단이라고 하면 그냥 동네에서 편하게 야구를 하는 것을 말하지만,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 한국의 리틀야구단은 정말 야구선수가 되려고 하는 친구들이 입단했던 곳이었습니다. (요즘 잘나가는 윤석민, 김광현, 정근우 등도 모두 리틀야구단 출신입니다) 그래서 주중/주말할 것 없이 학교 수업시간을 제외하고는 열심히 야구를 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그렇게 잘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었고, 잘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야구훈련 1-2시간 하고 나서 등교하곤 했던 기억이 나네요. 결국 팀내 선발투수와 3번타자를 꿰찼고, 저희 팀이 전국대회에서 3위를 하게 됩니다 (우측에 '깃발'을 들고 있는 선수가 저입니다ㅋ  그리고 저 트로피가 전국대회 3위 트로피입니다)


3. KAIST에서의 좌절과 극복


중학교 1학년까지만 야구를 하고 그만뒀습니다. 야구선수를 해볼까 진지하게 생각해보긴 했는데, 당시 1년에 1차지명이 되서 프로가 되는 선수가 수십명 수준이었고, 또 지명이 된다고 해도 1군으로 뛰는 것도 아니고, 각 구단에는 붙박이 슈퍼스타들이 존재하기에 프로팀 1군의 9명 안에 드는 것은 엄청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건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서 계속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객관적으로 내가 '국내 최고'수준인지를 돌아봤고, 그건 아닌 것 같았고, 그래서 '공부가 훨씬 쉽겠다'라는 결론을 내렸었죠.

그래서 야구 그만두고 중학교 2학년때부터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정말로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학교 공부로 부족해서 부모님께 '학원'을 보내달라고 해서 보충을 했고, 학원 끝나고 집에 와서도 공부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성적이 금세 오르더군요. 그리고 한번 궤도에 오르고 나니, 예전만큼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아도 꾸준히 전교 1-2등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고3이 되었고, 대학을 갈 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남들이 다 좋다는 서울대를 가야 하는 것이냐 아니면 (제가 생각하기엔) 뭔가 더 창의적이고, 천재들이 모여 있을 것 같은 KAIST를 가야 하는 것이냐. 학교 선생님들은 모두 서울대를 원하셨지만 저는 희한하게 KAIST가 끌렸습니다. 뭔가 KAIST에 가면 천재들이 많을 것 같고, 그 천재들과 함께 세상을 바꿀만한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 '빌게이츠'라는 사람에 대해서 막연하게 동경했던 것도 한 이유일 것 같고) 그리고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 것도 너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KAIST에 입학하고 나서 나름 좌절했습니다. 당시 KAIST 정원이 600명이었는데 과학고등학교 출신이 520명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나머지 80명 중 하나였는데, 교수님들이 수학/과학 수업을 할 때 종종 "고등학교 때 다들 이거 배웠죠?" 하고 넘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하면 대충 어느 정도까지는 하겠는데 최상위에 있는 친구들은 '넘사벽'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수학, 물리,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은 제가 top이 되긴 힘들겠다는 것을 느꼈었더랬죠. 해서, 2학년까지는 나름 전산학과에서 버텨보려고 했었는데, 어차피 최고가 되기 힘들다는 생각에 3학년 때 산업공학과로 전과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공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최고의 경영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고의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꿈은 버리고, 이렇게 저렇게 열심히 살았고, 운이 좋게도 졸업할 때 "산업공학과 최우수 졸업상"을 받게 됩니다. 


4. 당시 국내 최고의 벤처기업 NHN의 성장을 내부에서 경험함

NHN의 초기 멤버는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대기업이 아닐 때 다녀본 것은 행운인 것 같습니다. 제가 입사했을 때 직원수가 ~800명 수준이었던 것 같고, 제가 퇴사할 때는 약 2,000명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성장하고 있는 회사를 경험해볼 수 있었던 것은 제게는 너무나도 좋은 기회였습니다.

NHN에서는 사업기획/전략기획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모바일 관련 서비스들을 끊임없이 써보면서 리뷰하고, 또 네이버/한게임이 앞으로 나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서 high level로 정리하기도 하고. 그리고 많은 사업부서의 좋은 인재들과 교류를 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 하나는, 이런 인터넷 서비스 회사는 전략 혹은 기획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행'이 최고라는 것이었습니다. 멋진 PPT 보고서보다는 코딩을 하는 개발자/해커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해서, 어차피 천재개발자가 아닌 다음에야, 제대로 경영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소위 말하는 뽀대나는 글로벌 top 전략컨설팅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제가 배울 것도 많을 것도 같았고, 또 뭔가 컨설팅 회사라는 것이 좋은 기업들의 '선생님' 역할을 하는 것이니 가치 있는 일이지 않을까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5. 글로벌 컨설팅 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하고 싶은 일 찾기'



컨설팅회사의 빡센 케이스 인터뷰 6번을 보고 드디어 소위 말하는 top3 컨설팅(McKinsey, BCG, Bain)에 입사를 했습니다. 그때는 사실 제가 뭔가 '성공'을 한 줄 알았습니다. 앞으로의 인생은 잘 풀리겠구나라는 생각도 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하다 보니 이것이 '제 옷'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컨설팅도 컨설팅 나름의 가치가 있겠지만, 매일 새벽 2-3시까지 일하면서 내 젊음의 전부를 바칠만큼 의미 있는 일인지 계속 고민이 되었습니다. 특히나, NHN에서 '실행'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상황에서 끊임없이 PPT 보고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일이 '사회적으로 정말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인지'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년도 못 채우고 사표를 던졌습니다. 남들은 앞날이 보장된 그런 직업이라고 얘기했지만, 전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는 깨달았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기술산업'에서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6. Venture capitalist...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부터 venture capitalist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VC가 되기 위해서 계획적으로 NHN과 BCG를 다닌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우연한 기회에 (제 전 직장인)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임원을 편한 자리에서 뵙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다가 오퍼를 받게 되었습니다.  

오퍼를 받고 '내가 살고 싶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다시 돌아보게 되었고, VC라는 직업이 어떻게 보면 제가 원했던, '기술관련 산업에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급변하는 기술산업을 너무 좋아하고, 또 매일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은 싫어하고, 남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고, 또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세상에 진정 가치를 제공하고... VC가 하는 일들은 저한테 딱이었습니다. 그래서 '천직'을 찾은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벤처투자자로 6년정도 일하고 김범수 의장과 인연이 닿아서 2012년초에 초기기업에만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케이큐브벤처스를 설립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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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immyrim